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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과정은 내일이면 멈추는 성장통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Full-time Senior Researcher가 되었다.

 

박사를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시간을 돌아보는 글을 항상 쓰고 싶었는데

어떤 글이든 별로 부담없이 쓰는 나였지만, 이 주제로는 항상 세 줄을 넘기지 못하고 글을 접었다.

스스로 별 것도 아닌 것으로 회고록을 적는다는 생각에 항상 머뭇거렸던 것 같다.

 

오늘 드디어 정규직 직장을 잡은 기념으로 이 글을 마무리 지어보려고 한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 박사 과정은 어려웠다.

소위 말해 나는 연구적으로 타고난 능력은 없는 축에 속한다.

이 사실을 박사를 시작하고 나서 2년차가 되었을 쯤 깨달았다.

나는 연구를 즐기지도 못하고, 연구에 필요한 날카로움, 연구를 발전시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엄밀하게 파고드는 세밀함, 연구를 정리하는 명확함, 그 어느것도 나에게 자연스럽게 주어진 능력이 없었다.

 

연구 주제를 생각하려고 하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고,

논리적인 엄밀함을 고려해야하는 데 놓치기 일수였다.

논문을 쓸 때면 깔끔하고 명확한 문장을 쓰지 못했다.

 

박사 과정 중간 이후에는 도망가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눈 앞에 두고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이것을 해내야지만 이 기나긴 과정이 끝난다는 것이 꽤나 괴로웠다.

하지 못할 것만 같았고, 결국 포기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결국엔 그 능력을 얻어서 졸업도 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시작했느냐 라고 묻는다면

부끄럽게도 아니다.

 

나의 박사 졸업 시기를 돌아보면, 연구에 필요한 능력들을 완전히 체득했다고 생각이 들진 않는다.

어떻게 하면 흉내를 낼 수 있는지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그리고 뭐가 부족한 상태인지 인지할 수 있는 상태였다.

 

박사 과정일땐 내 연구가 별로 인 것 같은데, 왜 별로인지 잘 파악이 되지 않았다.

졸업할 때쯤은 어떤 게 별로인지 알겠는데, 내가 문제를 타파할 능력까지 되지는 않았고,

문제를 대략이나마 해결을 해보려는 시도는 할 수 있는 상태였던 것 같다.

 

돌아보면 박사과정 동안에는 내가 못하는 것, 내가 모르는 것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어떤 연사님의 세미나였는데, 박사과정이 힘든 건 성장통이에요. 라는 말을 매번 마음에 새기는 시간이었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그만하고 싶을때 마다, 어린 날 다리가 너무 아파서 엉엉 울면서 성장통을 견뎌냈던 것처럼,

주먹을 꽉쥐고, 이건 성장통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프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성장통은 내일 당장 키가 5cm가 자라나있지 않아도, 언젠가는 큰다는 것이다.

나의 성장통도 박사를 졸업하자마자 키가 5cm나 자란 건 아니었지만, 포닥이 되고 나서, 결국엔 자란 듯 하다.

그렇게 배울 것이 넘쳐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포닥생활을 시작했다.

 

포닥 생활에서 키가 자란 내용은 다음 글에 마저 적어봐야겠다.